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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매주 한 권의 책] [책리뷰]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 에쿠니 가오리

by Book reviewer 2022. 5. 9.

'냉정과 열정 사이'는 Rosso 와 Blu 총 2권으로 이루어져있다.

내용이 이어지는 1편, 2편의 개념이 아니라 단순히 같은 사건을 2개의 시점으로 나눈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뭐부터 먼저 읽을지는 자유로운 선택사항이다.

 

Rosso는 아오이, Blu는 준세이의 시점인데

흥미로운 점은, 글을 쓴 작가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책의 문체나 문장들도 다르다는 것이다.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본다면,

정열적인 사랑의 기억을 품고 사는 남녀의 진하고 지독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내용은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적인 요소들이 많이 묻어나 있었는데

내가 느끼기에 마지막 결말은 그나마 현실적인 이야기로 끝난 것 같다.

아직 아오이 시선으로만 읽었기 때문에 나머진 반쪽의 이야기 Blu(준세이 시점)를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긴 하나, 이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어찌됐든,

그들의 결말을 아는 지금 내 기분은 텁텁하다.

'이게 진정 사랑인가?', '사랑의 감정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것인가?'같은 생각이 든다.


소외받고 희생당하는 주변 인물

 

이런 로맨스류의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항상 소외받는 인물.

주인공들의 주변인물이면서 희생당하는 인물.

내 생각에 이 소설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마빈이다.

 

내 평생의 인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아오이)이 옆에 있는데

그 사람(아오이)의 깊은 마음 속에는 지난 사랑 준세이가 남아있다.

아무리 잘해주고 이해해줘도 그 '사랑'앞에서 그런 노력들은 헛수고이며 허상이다.

처음 만남부터 이별까지 마빈은 들리지 않을 메아리를 기대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어느 순간에 마빈은 메아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쉬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마빈은 버림받는다.

현재의 '사랑'이 과거의 '사랑'에 의해 무너진다.

 

소설에서 나오진 않지만,

마빈은 분명 다음 '사랑'에 대해 무척 방어기재를 보일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마빈의 인생은 그래서 더더욱 슬퍼보인다.


마약같은 사랑

 

내 생각에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의 사랑은 '마약'같은 사랑이다.

한 번 중독되고 나면 남은 평생의 날들은 그 사랑으로 인해 파괴된다.

아무리 손에 좋은 치료제가 쥐어져도 결코 끊을 수 없고 그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주인공 아오이가 끝끝내 마빈을 놓치고

다시 만난 준세이와의 만남도 가슴 아프지만 흘려보내는 모습을 보면

이런 '사랑'은 곧 저주일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랑과 지난 사랑 가운데서 홀로 침전할 뿐이다.

 

사랑했던 깊이만큼 아프고 고통스러운 사랑.

이것은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사랑'이며

'냉정과 열정 사이'에 나오는 사랑이다.

 

마지막 아오이가 준세이를 만나고 헤어지기 직전,

"마빈과 잘 만나냐?"는 준세이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아오이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아오이가 준세이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오이의 대답을 듣고

미련 없이 아오이를 보내줄 수 있었던 것도

준세이가 아오이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인생이 진정 행복하길 바랐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만큼 상대방의 인생도 중요했기 때문에

그리고 지난 8년동안의 공백이 주는 냉정 때문에

그들은 각자의 깊은 마음 속에 응어리진 진실된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한 없이 슬픈 사랑 이야기로 느껴졌다.

 

물론 아직 Rosso만 읽었기 때문에 Blu를 읽고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돌고 돌아, 인생은 모순 투성이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정열적이고 불꽃같은 '사랑'

너무 사랑해서 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사랑'

어쩌면 한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깊은 '사랑'

그런데, 과연 이런 '사랑'이 진정 축복일까?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오이와 준세이의 삶을 들여다보면,

위와 같은 '사랑'이 축복이라고 하기에는 외려 슬픈 마지막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사랑'을 좇아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딱 여기까지 생각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 같다.

나머지는 각자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매우 주관적인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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